햇빛이 백반증을 악화시킬까?

햇빛과 백반증

백반증 환자라면 누구나 햇빛에 민감하다.

백반증 환자라면, 병을 진단 받은 순간부터 숱하게 듣는 말이 있다. 햇빛을 피하는 게 좋다.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하게 자주 발라줘야 한다. 나 역시 백반증을 발견한 그날, 햇빛에서 종일 놀고 난 뒤에 발견했고, 의사들의 말을 의심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백반증이 생긴 이후부터 햇빛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소년으로 자랐다. 지금도 많은 백반증 환우들이 햇빛을 두려워한다. 그도 그럴 것이 피부과 의사들이 이유를 빼놓은 채 햇빛을 피하고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라 말하기 때문이다.

왜 우리나라의 모든 피부과 의사들이 그렇게 말하는지 내 몸 전반에 백반증이 퍼지기 전까지는 의심해 본 적이 없다. 하지만 몸 전체와 얼굴 절반에 백반증이 퍼지고 나서야 해외 논문에서는 백반증 치료에 자외선이 필수라고 말하고 있는 것과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환우들이 햇빛을 활용한 치료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. 나는 지난 20여년간 늘 그랬듯, 누군가에게 효과가 있다는 치료법은 고민할 시간도 없이 바로 내 몸에 해보는 편이다. 그리고 그 결과 이 글을 쓰고 있다.

 

햇빛이 백반증을 악화시키는 걸까?

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. 나는 이미 마이 웰니스 코치의 지난 글들을 통해, 내 백반증이 심해지던 시기에 단 한 번도 햇빛에 과하게 노출된 적이 없음을 밝혔다. 단지 발견한 25년 전 그날 햇빛을 많이 보았을 뿐인데 그날 생긴 건지, 오래 전에 생긴 걸 그날 발견한 건지는 알지 못한다. 계단식으로 번지는 내 백반증은 번짐의 시작엔 늘 스트레스와 지금부터 꽤 오랜 시간에 걸쳐 밝힐 ‘이것’만 있었을 뿐이다.

그렇다면 의사들은 왜 백반증 환자들에게 햇빛을 피하라고, 교과서 읽듯이 일관되게 말하는 것일까? 나는 피부과 의사들이 햇빛에 대해 오해하고 있다고 의심하지만, 내 의심은 중요한 게 아니니 팩트만 살피자면 이렇다.

첫 번째 이유

백반증이 없는 정상 부위를 더 까맣게 만들기 때문에 백반증 부위가 더 눈에 띄게 된다.

두 번째 이유

백반증 부위에는 멜라닌 색소가 없어 자외선에 취약하므로 피부암 위험이 높아진다.

백반증이라는 것이 다른 통증이나 증상 없이 오직 미적인 부분에서만 고통을 주는 병이라는 측면에서 첫 번째의 이유는 백번이고 이해할 수 있다. 어차피 정상 피부와의 경계만 눈에 띄지 않는다면 이 병은 문제될 게 없기 때문에 정상 피부가 더 까맣게 변한다는 것은, 어떻게 보면 백반증이 심해졌다고 볼 수도 있다. (백인들에겐 백반증이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원래 피부가 하얗기 때문이다.) 하지만 백반증이 심해진다는 의미를 하얀 부위가 번지는 것에 한정 짓는다면, 햇빛이 백반증을 심하게 만든다는 말은 정말로 잘못된 의견이다.

두 번째 이유인 피부암에 대해서도 이해한다. 나는 피부암이 발병하는 메커니즘까지는 잘 알지 못하고, 백반증 피부가 햇빛으로 인해 피부암으로 발전한 사례 연구를 충분히 알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암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피하는 게 맞다.

두 가지의 결론에 다다른다. 25년간 낫고 심해지기를 수십 번 반복한 내 경험으로 감히 주장하건대 햇빛은 백반증 부위를 번지게 만들지 않는다. 하지만 백반증 부위의 피부암 발병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.

 

햇빛과 백반증

 

나의 백반증과 햇빛

앞서 밝혔듯이 나는 햇빛이 백반증을 번지게 만든다고 굳게 믿었다. 그리고 지난 글에 적었던 것처럼 내 백반증은 완치 수준까지 나아졌다가, 어느 순간 손을 쓸 수 없이 번져서 몸의 절반 이상 퍼진 상태이다.

 

지난글 보기: 백반증 치료 경험 – 엑시머 레이저의 등장과 막을 수 없는 번짐

그럼에도 햇빛이 백반증을 번지게 만들지 않는다는 주제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건, 수 차례의 내 경험이 만들어낸 확신이다. 심지어 앞으로 나는 백반증 치료에 햇빛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할 것이다. 그러기 위해서는 내 백반증이 심해지고 나아지기를 반복한 때의 상황에 대해 먼저 알아봐야 한다. 나의 백반증은 햇빛으로 인해 상당히 호전되었고
‘햇빛 없음’으로 인해 겉잡을 수 없이 번졌다.

 

<계속>

Leave a Comment